<1편에 이어>1주일이라는 긴 시간에

스마트폰을 열고, 또 열고, 또 열고

또 닫고, 닫고를 반복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던 알림창마저

지겨워질 때쯤 

눈이 커지고 나도 모르게 ‘어머’

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아스트라제네카 2건

-얀센 1건

-화이자 1건

조금의 망설임 없이 아스트라제네카를 향해

개인정보 동의 확인을 누르니

터치의 머릿발이 통했는지 

-예약 완료 

-16시 00분까지 방문하세요

이성을 찾고 

다시 결과를 찬찬히 확인하는 동공에

낯선 시골 작은 의원, 감동의 네 글자

난 절실하다

누구에게는 필요 없는 접종이 필요 없다

-박여범, ‘예약 완료, 감동의 네 글자’ 중- 일부

인간은 자연의 위대함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시기다. 조건 없는 희생만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무지갯빛 환상만으로 대중을 유혹하는 우려를 범해서도 안 된다. 매의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파도가 밀려올 줄 뻔히 알면서도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자. 물론, 경험을 쌓기 위해 한 번의 경험이라 자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상황 나름이다. 조선 시대의 양반이라 착각하는 당신의 행동 하나가 소중한 가족이나 동료를 죽음으로 몰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의 해결을 내부에서 찾아 출발점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나로 단합된 내부에서 폭발하는 힘의 원천이 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아내가 가는 ‘드르륵드르륵, 자작자작’ 커피콩의 향이 은은하다. ‘또르르 또르르’ 내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많은 생각이 담긴다. 머그잔 가득 채워 베란다로 향한다. 맑은 공기를 한 모금 크게 들이쉰다. 여전히,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 까치 부부의 노래가 도심 속 아파트를 색칠해간다.

BTS의 'BUTTER’을 들으며 경쾌하게 스텝을 밟아본다. 베란다 저편 그 어디에서 하나가 되는 희망의 행진곡이 들려온다.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