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8. 민들레와 닮은 시인의 마음

민들레로 향하는 마음을 글로 옮겨놓은 반가운 시집 손준식 시인의 『어느 민들레의 삶』, 도서출판 대한, 2020에서는 황혼이라는 자리에 앉아 살며시 눈을 감고 커피 한 모금 음미하며 돌아다본 민들레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길고 긴 시인의 넋두리 같은 시행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어는 고개를 끄덕이게도, 잔잔한 눈물바다를 만들기도, 짠하게 공감에 공감을 더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잊지 말아야 하는 팩트는 바로 손준식 시인의 삶이 민들레의 삶과 동일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봄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민들레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말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지난봄, 홀씨 하나가 척박한 땅에서 뿌리 내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부모가 걸어온 험난한 길을 떠나는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초원 손준식 시인의 『어느 민들레의 삶』과 많이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삶은 아등바등 잘난 척하고 앞서가려 하지만 돌아다보면 오십보백보다. 자신을 되돌아보며 후회와 반성보다는 차분하게 순종하며 남의 인생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황혼의 삶,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금도 바람과 구름을 친구삼아 이리저리 날갯짓하는 수많은 민들레 홀씨를 찾아 나서자~ 그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초원 손준식 ‘시인의 말’(위의 책, 4-5쪽.)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 문학소녀의 꿈을 키워온 저는 각박한 삶의 모서리에서 제 마음 속에 흐르는 감미로운 시어들을 표현 못하고 살았습니다. 이제 황혼의 인생길에 들어서 늦게나마 제 가슴 hr에 묻어 두었던 감수성을 꺼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조심스레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니 저의 내면이 아름답게 채워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별빛 흐르는 밤 지난날이 그리워질 때 창가에 기대앉아 읽을 수 있는 시집 한 편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 졸작이나마 욕심을 내어 봅니다.’(초원 손준식 ?시인의 말-중에서-)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