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이제는 세월의 무게감 앞에 내가 그 공문 분류의 관리자가 되었다. 관리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질서’ 만들기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다. 얼마의 시간은 넘어지고 저항이 있더라도, 정도에서 벗어난 그 ‘질서’를 올바른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모호한 공문 분류도 공정한 판단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구성원을 이해시키는 것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표가 정해지면 직진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말씀처럼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변화를 모색해본다. 관례에 익숙한 분위기는 시간을 두고 작은 것에서부터, 의견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단 들어야 해법이 나온다는 기본 원리가 출발점이다.

하루를 ‘반성과 변화’로 시작하는 피드백이 가져다줄 정글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 의견과 마음이 어느 정도 접근하는 동료에게 협조를 구했다. 일을 자꾸 미루는 동료의 공문 처리를 우리가 접수하고 무난하게 처리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오늘도 난, 정글을 달린다.

이글거리는 맹수의 들릴 듯 말 듯 한 

따스한 숨소리와 보이지 않는 

눈동자에 뒷골이 당긴다 

매서운 칼바람이 쩌렁쩌렁하다

물속에도, 땅속에도 

지면에도, 나무 위에도, 하늘에도

온통 야자수 너머 

바나나 나무 사이 살짝

펼쳐진 바다 

얼굴에도 정글이 펼쳐진다

“이거 잘못 분류된 것 같습니다”

“어, 이거 제 업무 아닌데......”

“공문 분류가 잘못되었습니다” 

“재지정 요청하겠습니다”

 

핑퐁 게임의 현장은 살벌하다

커피잔에도, 책상 위에도, 자판 위에도

모니터 위에도, 팩스 위에도

우편물 위에도 정글이다

뒷골이 당기는 이 정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맹수 한 마리가 없다.

먹고 먹히는 거친 호흡만이 

자신의 발등을 찍어대는 도끼가 된다 

정글은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가

또 달리고, 또 달려야만 

목숨을 유지하는 

내일을 준비해야 정글이다

이글거리는 맹수의 이빨도 

떠오르는 태양에 밝은 미소가 되는 

정글, 그 정글에, 그 정글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유채꽃이 핀다 

비가 소리 없이 내리던 어느 날

흙냄새가 미치게 그리워, 토할 것 같은 

정글, 그 정글에

정글에 유채꽃이 피었다

박여범 -정글에도 유채꽃은 핀다- 전문 <3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