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jungle)은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깊은 숲’의 명사다. 비유적으로는 ‘경쟁이 심하고 사람 사이의 신뢰를 찾기 힘든 곳’을 가리킨다. 

언제부터인가 현대인은 ‘정글’의 삶을 답습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만 차이를 보일 뿐, 원시림의 그것과 흐름은 비슷하다. 마치, ‘역사는 흐르고 흘러 다시 제 자리’라는 평범한 진리를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반복되는 습성이 있다. 참으로 신기하고 신기한 흐름이다.

그 흐름의 정중앙에서 누구나 ‘다양성’을 인정하며 살지 않으면 힘겨운 하루하루가 주어진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불특정 다수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이다. 

대표적인 예를 찾는 것은 한 마디로 ‘껌’이다. 부서별로 분류된 공문의 ‘핑퐁 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은 누군가 공문을 접수하고 해결해야 마무리되는 것이 질서이다. 그런데 분류된 공문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핑퐁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핑퐁 게임이 전쟁이 되는 것은 짧은 시간이다. 담당자의 판단이 아쉬운 시간이다. ‘그냥 내가 접수하고 간단하게 해결해 버리지 뭐’, ‘그 선배가 얼마나 바쁘면 내게 재지정 했겠어?’, ‘그래, 쿨하게 내가 해 준다’, ‘또 나야? 더러워도 능력 있는 내가 한다’, ‘다 줘. 다 내게 줘, 뭐 까짓것 처리하면 될 것을...’, ‘불쌍한 사람’ 등 복잡한 상황이 정리되면 마음이 편하다.

이처럼, 그 핑퐁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내 자신이었다. 너무나 터무니없게 분류되어 온 공문 제목을 접할 때마다 한숨도 쉬기 어렵다. 특히 신입 시절 무조건 상부 하달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난 야무지게 따졌고 제자리에 돌려놓은 공문이 열에 여섯 일곱은 되었다.

한 마디로 난 ‘정글의 쌈닭’이었다. 막내라는 이유로, 젊다는 이유로, 무조건 일을 받아들이기에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 무너진 질서는 수십 년간 지속해온 결과였다. ‘관례’라는 비상식적인 분류가 이 자리를 거쳐 간 많은 선배의 고통이 쌓인 자리라는 것을 알아채기엔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