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가장 쉬운 것은  / 눈을 뜨고 감는 그것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 눈을 뜨고 감기도 쉽지만은 않다

한숨 덩어리와 달콤하지만은 않지만 / 빌딩처럼 무거운 오늘의 삶에 / 가장 쉬운 결정 하나가 어렵게 만든다.

 

가장 쉬운 것은 세상을 등지고 /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모 방송국이 자랑하는 그 많은  / 치솟는 세월 따라 흘러가다가 / 반도의 곳곳에서 스치는 인연 자연인은 / 가장 쉽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루, 아무 걱정 없이 / 삼시 세끼 밥도 걷다 보면 / 다 눈에 들어온다. / 한 마디로 천국이다.  / 사오십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채널 / 자연의 본향에 서 있다.

자연에서 거닐며 눈만 뜨면 / 모든 것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고 / 구하면, 다 먹거리로 변신하고  / 바로 요리가 된다.

가장 쉬운 것 같은 자연인, 그에게도 / 그늘이 어두컴컴 내리면 / 눈물 한 방울 허전함과 그리움이 쌓여

 / 가족의 부재를 이겨내기 어렵다 / 가장 어렵다, 그것이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 누구나 그러하듯이 / 가장 어려운 것은 / 성공한 리더도 그 무엇도 아니다.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 당신 옆에서, 너무도 당연시되는 / 현실이 두려워 /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부끄러움에 / 에라 모르겠다, 앞다투어 피어나는 / 불고 푸른 꽃의 전쟁이지 않을까?

-박여범,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전문-

위의 시처럼, 오십, 짧은 인생 그래프에 가장 쉬운 내 마음 하나를 보석으로 채우지 못한 곰삭은 자아만이 덩그러니 나뒹군다. 노트 한 장 펼쳐,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숨기는 붉은 홍시를 멍하니 바라다보며. 더럽고 아쉬운 오늘 하루를 적어 내려간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이 상처가 되기 쉽다. 말 한마디가 사람의 기분을 결정할 정도로 가장 쉬운 것 같은 것이 가장 어렵다는 서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상황에 직면하면 너나 나나 다 지난 기억은 잊어버리고 후회의 낭떠러지로 나뒹군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그 생채기에 다시 소독약을 발라야 하는 어찌 보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상황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상처가 아물도록 소독하고 적당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매에 장사 없다. 

기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운명’이라는 두 글자라면, 깨어 부스고 받아들이면서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국은 혼자다.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혹독한 삶이다. 가장 어려운 삶의 여행에 동반자가 있다면 손을 잡고 보듬으며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보자. 

이상과 같이,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다. 친구가 보낸 준 카톡이 정겹고 익숙하다. ‘살아갈 것인가, 살아낼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면 무모할 정도로 도전하는 맨주먹정신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이것이 바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