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많은 문자가 덩어리가 되어 다가온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SNS에서부터, 지인의 인사말, 직장의 공지사항, 무엇을 원하는지 목적을 알 수 없는 사진에 너무나 눈이 피곤하다. 이럴 때,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 어렵다. 분명 머리로는 ‘삭제해야지’ 하면서도 손은 이미 더블클릭으로 눈에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나에 대한 회의감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쓰고, 전주매일신문사 오피니언에 연재한 글을 공유한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작성한 글은 주로 가족이라는, 지인이라는, 직장 동료라는, 선·후배라는, 같은 교회를 다닌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상대방 의지와는 무관한 문자 테러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바로 내가 그 보이지 않은 문자 테러범 중의 하나가 아닌가? 그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된 거지? 참 멍청한 놈이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변명이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어제 충주 다녀왔다네, 사진은 아직 못 받았네, 즐거운 맘으로 한 주 시작해 보세’

-‘책 읽기를 좋아했군요! 형, 동생의 이야기~~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그렇구먼, 누구나 흔하게 겪었던 20, 30대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이야기의 긴장감이 구성지네.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 친구. 잘 지내시지? 반가워^^^’, 

-‘뒤에 올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아침이네요. 반갑고, 감사합니다’(SNS 모음)

기억에 남는 문장은 ‘배독’(拜讀)-‘남의 글월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손히 읽음.- 잘하고 갑니다’, ‘시인님 참 좋아요. 몸 아끼고 건강 잘 챙기세요’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자와 이모티콘이 선물로 날아온다. 독자로서는 분명 귀찮고 짜증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늘 여유롭게 다정한 문장을 전해주는 멋지고 고마운 사람이다. 

반면, 문자는 ‘필수’, 전화는 ‘선택’일 것 같은 ‘지음’의 ‘무관심’은 가끔 ‘상처’가 되곤 한다. ‘가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익숙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관심’을 ‘사랑’이라는 거대한 ‘상자’에 담으려고만 하는 것은 아닐까? ‘당연히 당신’은, ‘아버지’는 잘하잖아, 굿’ 등 영혼 없는 대화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부족한 글이지만 다양한 사람과 공유하고자 펼친 마당이 브런치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블로그, 카페에서 활동이다. 이 공간의 활동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그 공간은 관심 분야를 검색하고 가입하여 공감을 나누면 된다. 

그러나 이 공간의 장,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간 활용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많은 정보와 자료를 공감하려는 기대는 얼마 가지 못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사이버의 세계는 가면을 쓴 알 수 없는 존재와 함께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더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억눌린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곳이 아니다. 이웃과의 인사가 참으로 어려운 세대다. 같은 엘리베이터와 같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부딪히는 횟수가 적다. 오히려, 가끔 택배나 배달 음식 아저씨를 만나는 횟수보다 적은 것이 이웃이지 않을까?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