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어지러울 때가 있다. 얼굴에 나타난 표정만으로는 심성을 알 수가 없다. 착한 쪽으로 보면 착한 것도 같고, 악한 쪽으로 보면 악한 것도 같다. 그래도 그런 정도의 어지러움은 시간이 지나면 쉬 잊기 마련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접 부대끼는 혼란은 더 심각하다. 모범적인 시민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흉악한 범죄자나 사기꾼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방송과 신문의 가십거리가 된 이도 그런 점에서 연구의 대상이다. 여고생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는 서른네 살의 유모라는 사나이 말이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그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는데 그의 이력서가 걸작이다. 그는 영화배우 겸 영화감독인데다 지난 2008년에는 흉기를 든 강도를 맨손으로 때려잡아 ‘용감한 시민상’도 받았던 것이다. 사람을 찌른 후 수천만 원이 든 돈가방을 강탈해 달아나던 자를 상대했던 것인데 그는 태권도 4단, 합기도 4단, 유도 3단에다가 절권도까지 익힌 고수였던 것이다.
요즘 심형래 씨가 구설수에 올라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데뷔 때부터 개그맨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예쁜 신부도 만났고 나중에 사업에도 크게 성공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는 신지식인으로 유명세도 크게 날려 저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어찌된 일인지 쪽박신세라고 한다. 그것도 수백억 원 대의 빚까지 져서 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냄새가 나는 구석도 있다는데 로비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총도 받고 있다. 회사의 직원들에게는 총기 위협도 했다는데 그게 모두 다 인간 양면성에 대한 공부의 본보기이지 싶다.  
유혹을 이기고 고난을 이기는 사람은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성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런 사람은 천 명에 한 명 꼴이다. 그런데 그 고귀한 사람들도 선인은 결코 아니다. 사람들은 의인의 경지와 선인의 경지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인류의 역사 속에서나 찾아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 전에 각료들 앞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강조한 분을 포함해서 그런 이가 한반도에 만 명에 한 명 꼴로 있을지 말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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