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아니, 뭔 말장난이야, 형, 니, 돌았나. 와, 독어로 준비하려고 하는데? 뭐야, 말해 봐. 울 사이에 뭘 숨기려고 그래요?”

“……”

“아, 그래. 형, 말을 안 한다 이거지. 아, 그럼, 내가 맞춰볼까? 100% 답이 맞을 거야, 난 확실하지 않으면 말을 안 하는 거 형이 잘 알지. 맞춰볼까요, 형. 그, 그 ……”

“어쭈, 박범이, 니, 농담이 많이 늘었네. 그래, 어디 맞춰봐. 아니면, 뭘 걸고 내기해야지? 콜.”

“……”

“그래, 니, 가난해서 내기는 자신 없지, 이번 달 용돈 다 떨어져서 선배, 후배에게 밥 얻어먹고 다니는 거 다 알고 있다. 이놈아. 와, 자신이 없나?”

“콜, 만원 콜, 내가 알바를 해서라도 꼭 약속은 지킬게, 형, 그럼 말한다, 약속 지켜, 형. 다른 말 하면 남자 아님.”

“……”

“맞지. 지선, 그 선배, 지선, 그 선배 좋아하는 거. 독어독문학과, 긴 생머리, 역시, 내 눈은 속일 수가 없지. 귀신을 속이세요. 형. 아, 내가 자리 한 번 만들어 볼까? 형, 내가 그 누나, 선배랑 좀 친분이 있는데. 싫으면……. 아니지, 형은 외무고시 2차 준비해야 하니, 연애하면 안 되는 것을 잠시 잊었네. 아, 그래 답이 나왔네. 형이 2차에 떨어지는 이유를, 아, 내가 왜 이렇게 가까이 있는 진실을 놓치고 있었다니, 오호……”

“……”

조용한 중고서점에 적막이 흐른다. 그 많던 손님도 없다. 역시, 비가 원인인 것 같다. 책에 두었던 눈을 들어보니 형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저곳 찾아보니 창가에 멍하니 서 있다. 나는 일어나 형에게 가까이 갔다. 빗물이 흐르는 유리창에 비친 지선 누나와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나는 똑똑히 보았다. 순간 눈이 풀린 형을 보고 말았다. 형은 터벅터벅 서점을 걸어 나갔다. 그리고 지선 누나와 남자의 뒤를 말없이 따라 걷는다. 게다가 비는 거세게 서점 창가를 때렸다.

“헐, 독일어고 일본어고 다 필요 없네. 2차 합격의 키는 지선이 누나가 쥐고 있네. 에구구……”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