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 이어>투덜투덜 잰걸음으로 가락가락 걷다 보니 시험감독 시간

후다닥 정신을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름 모를 수학 공식 무덤에 

써 내려간 문제 풀이는 휘말리고 엇갈려 돌아가고, 오늘도 호올로

나다움을 찾아 마중 나가면 수많은 물음표가 별이 되어 하늘을 수놓는다.  

                                  -박여범, <나다움> 전문-

2교시 시험은 수학이다. 녀석은 창가에 앉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선택형 문제는 끄적끄적 풀어간다. 서술형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볼펜을 내려놓는다. 그런데 녀석은 너무나 편해 보였다. 그래도 무엇이라 말을 할 수 없어 바라만 본다. 시험지 한 번 보고 한숨 쉬고, 창밖을 한 번 바라보고를 반복하는 녀석 때문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앞으로 감당해야 할 시간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음에 가슴이 미여 온다. 

시험도 결국은 성장하기 위한 '기다림과의 싸움'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슬퍼졌다. 내가 녀석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시험감독이 부족하여 교장, 교감이 투입되어야 하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교실 현장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일까? 주어진 자리에서 나답게 녀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이것은 나의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녀석은 어쩌면 편안하게 그 분위기를 즐기면서 초,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신 있게 행동하는 것, 그룹의 흐름에 녹아드는 것,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 주변을 무시하고 독불장군으로 살아내는 것, 그 어는 것에도 '나다움, 나답게 사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도 자연이라는 거대 무시한 흐름 속에 '나다움'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적 지배 속에 그 흐름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퍼진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너무 튀지도, 너무 뒤처지지도, 앞서가지도 않는, 진정한 나다움,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어디에 있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발아래에 있는 '나다움'을 찾아내 즐길 수 있는 미래가 존재하기는 할까? 지금이 바로 ‘나다움’의 한가운데 있는 것을 아닐까?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있는 것일까? 

마스크 없이 수업할 수 있는 일상, 발열 체크 없는 등교, 손을 씻기, 거리두기,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로 인한 단어들이 생소함에서 익숙함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공감하는 부분을 나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씨앗인 친구의 마음에 뿌리내릴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이 ‘공감’이다. 

자작나무 숲에는 같은 듯 다른 저마다의 ‘너’와 ‘나’의 씨앗이 세상에 고개를 내민다. 그들은 자연이 가져다주는 햇살과 바람과 비 그리고 시간의 기다림의 터널을 지난 새봄을 기다린다. 우리도 ‘학교 공동체’ 본연의 생활로 활기에 넘치는 2021 신축년 봄을 기다려보자.

수많은 물음표가 별이 되어 하늘을 수놓는다.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 시인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