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기 번트도 쉽지 않다

2020 프로야구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시간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충청지역 구단인 '한화 이글스'가 18연패를 당하면서 한국과 아시아 프로야구 연패와 같은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지독한 연패 속에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어가고 평상시 쉽게 처리하던 플레이도 실수를 연발하는 등 안쓰럽기까지 했다.

무엇인가 꼬이고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상식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달리기다. 달리기가 되지 않으면 모든 운동이 출발점에 서기 어렵다. 누구나 기초체력이 준비되지 않으면 경기에 나설 수도 없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홈런'을 치기도 어렵지만, '안타'도 치기 어렵다. '볼넷'이나 '보내기 번트'도 쉬운 플레이는 아니다. 그중 베테랑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보내기 번트'다. 주자를 1루에서 2루도 보내는 득점권 '보내기 번트'는 안타 하나에 1점을 취득할 수 있는 야구의 기초 중에서 기초다.

야구방망이 대신

꽃 한 송이 들고 들어선 빈소

촛불이 툭툭 허리 굽히며 동작 취하는 순간

코끝 찡하게 어루만지며 보내오는 감독의 사인 

타석에 들어서 있는 슬픔의 볼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문상 끝낸 사람들은 저희끼리 모여

베이스에 진루해 있는 

주자의 트레이드 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삼루쯤에서 홈으로 내달릴 준비하는 

영정 속 사내 주위로

국화꽃 하얗게 피어나고 있는 찰나

지상의 마지막 호흡을 모아

번트를 댄다

사람 보내는 일,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보내기 번트’ , 위의 책, 87쪽. 전문- 

시인은 고인과의 감정적 거리는 저마다 다름에서 출발한다. '애절하게 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담담하게 빈소를 찾은 사람'도 있고, 저마다의 '책무에 따라 봉투를 전달'하는 홀가분한 사람도 있어, '고인'은 '육체적으로 죽은 것'이지, '사회적으로 죽은 것'은 아님을 강조한다. 

박주용 시인의 '보내기 번트'는 건조한 언어로 장례라는 어두운 글감을 느낌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야구방망이' 대신 '꽃 한 송이 들고 들어선' 빈소에는 '국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찰나'에 지상의 마지막 호흡을 모아 번트를 댄다. 결국 '사람을 보내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