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여름날, 계획에 없던 ’바다‘를 눈에 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냥 딱히 이유도 없다. 더위와 장마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 위한 투자였다. 평상시 원격수업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던 아들이 ’바다가 보고 싶다‘던 푸념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8월이어서 어디로 움직인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장인, 장모를 모시고 한번 다녀온 ‘선유도’(仙遊島)다. 어쩐지 선유도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았다. 답답해하시는 두 분을 모시고, 선유도해수욕장에 내려 해물칼국수와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리고 약간의 조개류와 미역, 다시마 등을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다. 다만, 변덕스런 바닷가 날씨에 팔순의 어머님 아버님과 산책하기에는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게다가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던 던 것이 아쉬웠던 첫 번째 선유도 나들이였었다.

지는 노을에 붉디붉은 바둑판 후다닥 만들어

넋빠진 가마솥 저녁밥 짓다 말고  

때늦은 아낙의 발걸음에 밥 타는 냄새만이

몽글몽글 해수욕장 모래 가득 펼쳐지고 

내기 바둑 한 판에  

백년바위 솟구쳐 섬이 되고 

눈 두 번 감고 떠 보니

이백살 허연 수염 수양버들처럼 늘어지다가 

하이얀 해수욕장 모래구름 마시멜로우 되어 

신선과 인간이 놀다간 선유도엔

옷깃을 여미는 찬바람 동무 삼은 꼭짓점 섬마을

익숙한 브랜드 아메리카노 향기만 가득하다       

      -박여범 <선유도-신선이 놀던 그 섬> 전문-(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