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내내 기분이 묘했다. 9?11 테러 10주기가 추석 바로 전날이라서 그와 관련된 뉴스를 텔레비전은 자주 내보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울고 있는 유족들이며 어두운 표정으로 애도하는 군중들을 보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런데 거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와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 내외가 자리를 함께 한 모습은 좀 엉뚱했다. 그래서 정치란 인류에게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곱씹어 보았다. 얼마 전에 보도된 딕 체니 전 부통령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알력에 관한 신문기사가 생각났던 것이다.
그 신문기사에 따르면 파월은 지난 8월 28일 CBS 방송의 <국민과의 만남(Face the Nation)>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 출연이 주목 됐던 것은 체니의 자서전 일부 내용과 관련해 파월이 크게 반박했기 때문이다. 파월은 체니가 부시 대통령 출범 1기 때의 일을 폭로한 것을 두고서 “치사한 행동(cheep shots)"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기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파월은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파월의 말대로라면 “이라크 함락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체니와 그의 참모들이다.” 파월은 자신의 그 같은 주장의 근거로 “그는 전쟁 개시 이전에 ‘모든 국면에 대비해야한다’는 나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파월의 주장은 계속 됐다. “나는 당시 모든 상황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사안을 모두 알고 있었다.”
파월은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들로 가득찬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 가장 온건한 인물이었다. 파월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합참의장 출신이면서도 국제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 군사력보다 외교와 협상을 우선시 했다. 그것은 체니와 럼즈펠드 등 ‘매파’로 분류되는 이들의 판단과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파월은 부시 행정부 초기부터 그들과 마찰이 불가피 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의 2기 출범 때는 국무장관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남과 관련해서도 파월의 말은 체니의 해석과 달랐다. 체니는  밀려났다고 썼지만 파월은 자의에 의한 퇴진임을 분명히 했다. 파월은 그 근거로 “2004년 대선이 끝나면 사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월은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그 당시 부시 행정부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각료들로 인해 팀워크에 문제가 있었고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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