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맞은 교육일번지'

'100년'이란 말은 꽤 많은 햇수나 세월을 의미하는 말로 그간의 풍파와 고난을 겪어 늘어난 '주름'과 함께 세월의 오래됨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 중에 하나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뜻하는 백년을 오로지 교육을 위해 쉼없이 달려온 학교가 올해 전북에만 7곳에 달한다.

그러나 100년의 세월동안 학생들의 지ㆍ덕ㆍ체를 책임지며 국가 발전에 기여해온 이 학교들이 학생 수 감소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OECD 가입국 중에서 출산율이 최하위에 이렀을 만큼 신생아 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누구에게 탓할까?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들 한다.

백년대계라는 말은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고 그 영향이 심원하기 때문에 '백년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제(齊)나라의 정승인 관중이 지은 관자(管子)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一年之計 莫如樹穀 (일년지계 막여수곡) 한 해를 위한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고, 十年之計 莫如樹木(십년지계 막여 수목) 십년을 위한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 만한 것이 없으며, 百年之計, 莫如樹人(백년지계 막여수인) 백년 동안을 위한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다.

이 같은 '백년대계'를 실천해온 100년 이상된 학교들이 전북지역에만 31곳에 달한다.

가장 오래된 학교는 1897년 문을 연 전주초등학교로 올해로 114주년을 맞았으며, 뒤를 이어 전주기전여고와 전주신흥고등학교가 110주년을 맞고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에 100살이 되는 학교는 총 12곳이나 된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학교는 익산의 금마초와 정읍의 태인초, 진안초, 임실초, 순창초로 5곳에 이른다.

2012년에 100주년을 맞는 학교는 군산의 임피초와 익산의 용안초ㆍ여산초, 정읍의 정읍동초, 장수초, 고창초, 부안초 등 7곳이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주초등학교는 1896년 조선 소학교령으로 발포(소학교 설립 출원)하고 이듬해 전북도 공립 소학교로 개교했다.

이후 1906년 전주공립보통학교로 이름을 개칭한 뒤 1950년 전주국민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 1997년 100주년을 맞은 전주초등학교는 전주를 대표하는 교육기관 및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00주년을 맞는 학교 중에는 정읍에 위치한 태인초등학교가 있다.

1911년 9월25일 개교한 태인초는 과학교육 시범학교, 평생교육 연구시범학교, 교육부지정 사회복지 연구학교,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등 전북 및 교과부로부터의 각종 연구학교로 지정돼 연구학교로서의 면모를 다져왔다.

태인초는 올해 초등 6학급, 유치원 1학급을 편성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만1,63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일 임실초등학교도 100주년을 맞는다.

1911년 9월10일 임실 공립 보통학교로 개교해 3학급에 학생 수가 71명에 불과했던 임실초는 현재까지 1만1,85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임실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이들 학교는 각각 역사와 전통을 품고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학교들도 학생수 감소라는 현실 앞에서 통폐합이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예로 10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완산초등학교는 최근 학생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교장만 27명에 이르는 완산초의 2012년 신입생 예상인원은 17명이다.

전북도교육청의 자료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학생수용계획을 살펴보면 완산초의 1학년 신입생 예상인원은 평균 14명 정도다.

이밖에도 군산의 임피초 5명, 익산의 용안초 12명, 웅포초 4명, 김제 만경초 16명, 정읍 태인초 17명 등이다.

이 같은 학생수 감소를 막기위한 방안으로는 출산율 증가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북도교육청도 학생 수 감소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며, 간접적인 방안으로 학생 수를 늘리기 보다는 구도심 쪽의 혁신학교 지정 확대와 단설유치원 증설 등을 통해 교육여건 개선으로 학부모들이 찾아오는 학교를 만들자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출산율 증가 이외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없다"며 "교육여건 개선을 통한 학생유입에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학교 지정을 구도심의 학생 유출이 많은 학교 위주로 실시하고 단설유치원을 증설해 유치원생들이 자연스럽게 인근 초등학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법민 기자

 

box 1

-대한민국 첫 여자 아나운서 마현경씨

올해로 한국 방송이 85년을 맞는 해이다. 85년 방송의 역사 속에서 수만은 방송인이 명멸했지만 이땅에 방송의 씨앗을 뿌린 초기의 인물들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방송의 꽃'으로 불리는 여자 아나운서, 그것도 공개 채용 제1호로 뭇사람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가 긴세월의 흐름 속에서 묻혀버린 여자 아나운서 마현경. 지금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명문 경기여고 출신으로 미모를 지녔던 그녀는 우리나라 방송 프로듀서 제1호이자 소설가였던 최승일의 아내였으며, 또 조선이 낳은 불세출의 무희 최승희의 올케였다.

지난 1927년 한국방송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경성방송국의 개국을 앞둔 1월5일, 아나운서 공개채용 시험이 있었다. 당시 일본인 3명과 한국인 1명을 선발했는데 이 한국인이 마현경이다.

개국 당시 경성방송국 전체 직원 50명중 한국인은 고장 5명에 불과했기에 한국인 최초의 여자 아나운서 탄생은 각종 언론에서 진기한 화제기사로 취급했었다.

그런 그녀가 방송계를 떠난 후 우리고장 정읍의 태인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지낸것으로 알려졌다.

태인초등학교의 기록에는 그녀가 1946년 4월22일 학교를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아무 연고도 없어 보이는 태인까지 내려오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녀의 옛 제자인 유희태(전주)씨는 "마 선생님은 약 9년동안 태인학교에서 재직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예쁘고 온화한,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자상했던 선생님이었다"고 전한다.

또다른 제자인 오명근(전 태인초 교사)씨는 "어릴때의 일이지만 마 선생님은 아주 멋쟁이었다"라며 "언제나 깔끔한 차림에 서울말씨를 썼고 외모도 아주 출중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태인 사회에서는 그녀가 아나운서 출신이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몰랐다. 본인 스스로 정체를 감추고 은둔(?) 했기에 학교에서 9년간이나 근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현경의 모습을 알려주는 유일한 것은 1942년 태인초 졸업사진 뿐이다.

 

box 2

-전주신흥학교 출신 초대 서울시장 김형민씨

1945년 8월15일 조국 광복 후, 초대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눌정(訥丁) 김형민 선생은 1907년 완주군 삼례에서 출생했다.

일찍이 전주 신흥학교에 입학해 1924년 초ㆍ중등과를 마친 그는 한 때 광주의 숭일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지냈다.

이후 192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와이에서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마쳤다. 그는 이 때 하와이에서 독립운동가 이승만 박사를 알게됐다고 한다.

이어 1928년 9월에는 미국 오하이오의 웨슬레안 대학에 입학해 학부를 마치고 1932년 미시칸대학 대학원에 입학해 교육학을 전공하고 1933년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모든 학업은 고학으로 마쳤다.

김형민 선생이 서울시장이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재미나는 설이 있다. 그러나 본인이 말한바에 따르면 처음엔 서울시의 군정 고문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만난 자리에서 시장 취임의 권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다가 행정에는 전혀 경험이 없어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러취 군정장관의 초청으로 서울시장 취임교섭을 받았으나 또다시 사양했다.

그러자 러취 장군은 "우리는 여러분의 나라에 독립정부를 세워주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당신은 미국에서 고등교육까지 받은 분이 그렇게 거절하면 되겠느냐"고 회유, 마침내 서울시장직 취임을 승낙했다.

그가 서울시장에 취임한 것은 1946년 5월26일 이었다. 그 때 나이 39세 였다.

당시 서울시는 경기도에 속한 경성부에서 한성부로 불리던 때였다. 그는 취임하자 즉시 한성부를 서울시로 이름을 고쳤다. 반대도 컸다. 그 이유는 '서울'이라 함은 수도를 의미하는 보통명사이지 고유명사가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김 시장은 "우리나라 수도 이름을 한글로 표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격적이고 자랑스러우며 또 수도 이름을 서울로 고치면 이것이 곧 고유명사가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서울'반대론을 일축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그는 마지막 경성부윤에서 한성시장, 서울시장을 거쳐 서울시가 특별시로 승격하자 초대 서울특별시장이 됐다.

그리고 김 시장은 더 나아가 서울시내의 행정구역을 일제의 찌꺼기인 정(町)을 없애고 동(洞)으로 했으며, 그 동명도 을지로 충무로, 청파동을 비롯해 세종로, 태평로, 충정로 등등으로 변경했다.

/자료제공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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