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말하기와 다르다. 대면하고 마주 앉아서 이야기할 때는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상대방은 말하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표정이나 음색이나 몸짓을 통해서 말하는 이의 정서와 생각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혹시 잘못 들었거나 얼른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해도 듣는 이가 말하는 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글쓰기의 연장선에 있는 글 읽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독자가 글을 읽고서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소통이 안 됐으니 공감대는 물론 없다.
글쓰기는 문장으로만 남에게 말하는 것이다. 주어와 목적어와 술어에 맞는 각각의 단어를 적절하게 배합해서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읽는 이에게 전달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자기가 알아보는 방식대로 썼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점이 글 쓰는 이에게 필요하다. 글쓰기는 말로 의사를 표현할 때보다 세련된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글을 씀에 있어 객관적인 시점이나 세련된 형식을 갖추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수련이 필요하다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욱 밀도 높은 훈련이 있어야 한다.
좋은 글이라고 하니까 어떤 이들은 얼른 생각해 문학작품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나 소설이나 희곡만 그러는 게 아니다. 생각이 풀려 나가는 대로 쓴다는 수필만 해도 규범이 있다. 문학 작품이 아닌 일반적인 산문이라도 그 나름의 일정한 형식이 요구된다. 극히 사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는 편지에도 격식은 있는 법이다. 사람끼리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 할 때는 웃을 수도 있고 눈을 빛낼 수도 있고 더러는 진지하게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편지에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문장의 중간 중간에다 괄호를 만들고 이모티콘을 넣어서 글 쓸 때의 기분을 동시에 표현하기도 하는가본데 그런 글 속에 정중함이나 품격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요즘 지방신문의 오피니언 난에 실리는 어떤 글들을 읽다보면 나 자신 정신수양이 부족함을 느낀다. 글의 서두부터가 지나치게 독단적이면 내 독후감이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것이다. 문장과 문단에 질서가 없거나 때로 문법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내 인내심의 바닥이 금세 드러나 끝까지 읽어줄 수가 없다. 그럴 때면 윤오영의 <쓰고 싶고 읽고 싶은 글>이라는 수필이 생각난다.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가 그리운 것이다. 거기 이런 대목이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결코 독자를 저버리지 않는다. 글을 잘 읽는 사람 또한 작자를 저버리지 않는다. 여기에 작자와 독자 사이에 애틋한 사랑이 맺어진다. 그 사랑이란 무엇인가. 시대의 공민(共悶)이요, 사회의 공분(共憤)이요, 인생의 공명(共鳴)인 것이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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