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만큼 기구한 언어도 별로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반도에 칠천만 명이나 되는 한국인이 있고 모두 다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 같은 내 생각은 오래 되었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시인이 되다보니 단어에 대한 생각이 아주 도저해졌는데 아마도 화석화 되었지 싶다.  

나는 표준말을 믿지 않는다. 한국어에 제대로 된 표준말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표준말이라면 북극성처럼 바위처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 언어의 속성이라는 게 오랜 세월을 두고서 아니 변할 수 없다지만 한국어의 경우는 변해도 너무 자주 변한다. 중국의 옛글에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백년이면 인심이 변하고, 천년이면 체모가 변한다고 했다. 나는 이 문구 중 중간 부분을 주목하고 싶다. 적어도 삼사 대까지는 아무런 막힘이 없이 말이 서로 통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어가 오늘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전에 일석 이희승 박사는 한국의 표준말을 정의하여 말했다. 서울특별시의 많은 사람들 특히 중류층이 쓰는 말이 표준어라는 것이었다. 나는 당신을 매우 존경하고 있음에도 그 같은 지론에는 동감할 수가 없었다. 서울특별시의 사람들이 지방 사람들보다 국어에 대해 더 애착을 갖고 있다는 증거도 없고 그 중류층이라는 것도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오늘 중류층에 든 사람이 내일 상류층이 되지 말란 법도 없고 또 하류층으로 전락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데도 표준어에 대한 정의는 오늘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각 나라의 수도에서 쓰는 말,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것이다.

표준어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무엇보다도 이치적이면서 합리적으로 편집된 언어라야 겠다. 사람들 누구나 쉽고 정확하게 소통돼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변칙적인 갈래가 많아서는 안 된다. 변칙적인 갈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언어는 어렵기 마련이다. 한국인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를 외국인더러 제대로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국제화 시대에 한국어가 더욱 빛이 나려면 정서적으로 아름답고 순화된 낱말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에 국립국어원이 ‘짜장면’과 ‘복숭아뼈’ 등 실생활에서 익숙한 단어 서른아홉 개를 표준말로 인정했다. 만시지탄의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국어원 관계자들이 이제 제 정신을 차렸는가 싶다. 고조부와 증조부 때부터 짜장면을 표준말로 알고 사용해 왔는데 갑자기 자장면이 맞다고 억지를 부렸던 것은 시대착오적인 독단이었다. 툭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말을 바꾸려고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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