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쌀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입증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최한 '2010 고품질브랜드쌀 평가'에서 전국 12개 브랜드 선정 결과, 전북쌀 5개 브랜드가 선정됐다.
전북은 전국 시도 가운데 단일지역으로서 최다 선정돼 최고 품질의 쌀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인정받았다.
도내 5개 브랜드는 1위에 제희 RPC 철새도래지쌀, 2위 공덕농협 상상예찬골드, 3위 대야농협 큰들의 꿈, 4위 명천RPC 익산순수미골드라이스, 6위 회현농협 옥토진미골드 등으로 상위 브랜드 5개를 싹쓸이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제희RPC의 '철새도래지쌀'은 6년 연속 브랜드쌀에 선정돼 '대한민국 최고 대표쌀'로 자리매김했다.
전북은 예로부터 평야가 넓고 수리시설이 양호해 벼농사가 가장 발달된 지역이어서 최고의 쌀이 생산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질의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이같은 소식을 접하면서도 편치가 않다.
농민단체들은 최근 '쌀값보장, 밭직불제 쟁취, 농민생존권 사수' 등을 외치며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매년 쌀 생산량이 많아서 쌀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던 정부가 올 생산량이 감소에도 불구하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쌀 50만 대북지원 재개하고 쌀 대북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면이나 신발 등의 공산품이 최근 10여년간 몇 배 오른데 비해 쌀값은 오히려 30%가량 낮아졌다고 하니 농민들의 불만도 당연하다.
쌀생산량이 줄어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원인은 국민들의 식습관 변화와 수입쌀, 정부정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중 가장 큰 원인은 쌀 소비량 감소일 것이다.
현재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한 가마니(80kg)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740㎏으로 2008년 75.8kg보다 1.8kg(2.4%)가 줄었다.
1962년 정부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뒤 1984년(130.1㎏)부터 하향세가 지속되고 2006년(78.8㎏)부터는 연간 소비량이 쌀 1가마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30여면만에 쌀 소비량이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된 것이다.
아이들은 밥 대신 빵이나 피자, 라면, 통닭을 좋아하고, 어른들도 건강상 밥을 적게 먹거나 쌀을 줄이고 잡곡을 늘린 밥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 시장이 개방되면서 값싼 수입쌀까지 쏟아지고 있으니 남아돌아 갈 수 밖에 없다.
도내 미곡종합처리장에도 10만여톤의 재고쌀이 쌓여 있다고 한다.
쌀값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면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도내 농가인구는 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만명에 육박했으나 지난해에는 29만여명에 그쳤다.
당연히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쌀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전북의 쌀 생산량은 총 69만1057톤으로 10a(1000㎡)당 515㎏을 수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생산량 79만7850톤 보다 10만6793톤(13.4%)이 적고, 평년 생산량인 74만936톤 보다도 4만9,879톤(6.7%)이 감소했다.
그런데도 당국은 쌀값 하락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북도는 쌀값 하락이 지속되고 올해도 재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벼 재배면적을 더욱 줄여 생산량을 감소시킨다는 방침이다.
내년에 쌀생산량 3만톤을 줄이기 위해 6천㏊의 논에 다른 작목을 재배할 경우 ㏊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30㏊ 이상 집단화해 다른 작물을 계약 재배할 경우 1억5천만원 상당의 기계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하면서, 한편으로는 쌀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역시 상당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벼 재배농가들이 양질의 쌀을 생산하고 수입에 만족할 수 있는 거시적인 차원의 정부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부국장 김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