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신부 이길 자신 없으면 기사 쓰지 마세요!”
전주 시내 A교육시설과 관련된 궁금 사항을 취재하던 중 전북도교육청 어느 관계자가 취재 끝 무렵 기자에게 불쑥 던진 말이다.
전북도교육청 대안교육위탁기관인 A시설은 M신부가 사단법인 이사장으로 돼 있다.
해서 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구지 풀이하자면 M신부가 사회적으로 워낙 널리 알려져 있고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이니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당신이)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쯤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의 준엄한(?) 말을 듣는 순간 잠시나마 머리가 멍해진 느낌이 들었다. 아니 찰나적으로나마 ‘섬뜩’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대체 이런 때는 뭐라고 응대를 해야 할까”
“문제점을 시인한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애송이처럼 촌티 나 보이는 기자를 상대한다는 게 짜증난다는 것인가”
“그는 왜 꼭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때 기자가 한 말 한마디는 고작 “위험한 발언입니다” 정도였다.
더 이상 취재를 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아니 하루 내내 그의 짧은 한 마디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심한 회의감이 밀려들고, 설령 그가 별 의미 없이 순간 내 던진 말이인지는 몰랐을지언정 어딘지 모르게 단단히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심한 자책감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A시설 취재 건과 관련해 뭔지는 모르지만 큰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한편으로는 시대가 많이 변하기는 변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술좌석에서 종종 듣곤 했던 대 선배 기자들의 과거 영웅담(?)을 상기해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 선배들의 영웅담대로라면 설마하니 공무원들이 제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기자일지라도 그렇게 박대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느니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친 게 아니다.
A시설에 대한 내용이 본지에 3번 연속 나간 뒤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남아 있어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돌연 도교육청 관계자는 “자료협조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했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당초 도교육청과 M신부, A시설 사이에 있었던 계약서를 보여 달라는 요청에 “메일로 넣어주겠다”는 약속을 한 지 겨우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때였으니 말이다.
진짜, 진짜 난공불락인가 보다.
아예 묵비권이라도 행사하겠다는 것인지, 취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심산인지.
한 선배 기자가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기자는 결코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특히 기사를 작성할 때는 겸손한 마음으로 절대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페어플레이 정신을 몸에 익히라는 것이었는데…”
기자도 사람인지라 솔직히 감정이 복받쳐 오름을 참기 힘들었음을 고백하겠다.
이쯤해서 각설하고, 짧은 경력이지만 기자란 직업에 회의가 들 때도 종종 있다. 특히 직업이 직업인지라 타인에게 아픔을 주는 보도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찌하랴.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이것이 기자의 숙명인 것을.
/이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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