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아무리 비춰도 비 한 방울이 없으면 대지는 새싹을 틔우지 못한다. 봄 가뭄이 깊어지면서 한 동안이나 나무들도 몸통이 달아 시커멓게 있더니, 비가 오니 하루가 다르게 온 세상이 푸른빛을 더하는 것이다. 세상천지가 아름다운 빛으로 변하고 색색의 꽃들이 피면서 만물은 봄의 축제를 보냈다. 그러니 지난 겨울 내내 웅크리고 있던 움막의 토끼도 자신들의 새끼치기를 서두르고 있다. 네 번이나 새끼를 키우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온갖 정성으로 주변을 돌보고 최대한으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섯 마리인줄 알았더니, 49일이 되어 어미에게서 따로 떼어내려 하니 여덟 마리가 부글부글하고 있다. 더구나 먹을 것이 지천이니 키우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토끼는 맑고 큰 눈, 긴 귀와 털이 난 짧은 꼬리의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머리에서 꼬리까지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더구나 먹이를 주면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은 이빨이 한두 개 난 갓난아기가 한 톨의 밥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모습과 영락없이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토끼를 자신들의 자식과 비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하는 오물거리는 모습이라니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자식이 아닌가. 먹이가 지천이니 잘 자랐으며 사람이 먹는 것은 거의 다 먹었다. 특히, 요즈음 사람들이 건강식으로 인기를 끄는 민들레를 최고로 좋아했다. 민들레를 넣어주면 입놀림이 다를 정도로 맛있게 먹고, 다른 풀과 조금이라도 같이 넣어주면 그 풀도 훨씬 더 많이 먹는 것이다. 다른 점은 사람은 맛 있는 것을 몇 끼니고 계속해서 먹지만, 토끼는 아무리 좋아하는 민들레도 계속 주면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된 것인지 출산장려 정책이라고 하며 부부간의 잠자리까지 간섭하는 세상이 되었다. 토끼의 경우 먹을 것이 많으면 자연히 새끼치기를 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제 장마철이 되고 무더위가 돌아올 텐데, 어떻게 저 여덟 마리를 잘 기를 것인가가 걱정이다. 토끼는 물에 약하여 조금이라도 물기 있는 음식을 준다거나 비를 맞으면 죽고, 특히 습기에는 약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식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전에는 충효(忠孝)를 강조해서 기르면 되었지만 이 시대에는 그것을 강요할 수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아마 경솔하고 무모한 토끼가 거북이에게 경주를 먼저 청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잘 알듯이 토끼는 빠른 발로 먼저 갔고, 중간에서 거북이가 따라오는 것이 보이지 않자 잠시 쉰다는 것이 잠이 들었다. 반면에, 자기 일에 충실하고 끈기와 인내의 상징인 거북이는 옆에서 토끼가 자는 것도 보지 못하고, 결승점까지 쉬지 않고 가서 승리의 깃발을 흔들었다. 그래서 ‘승자는 거북이’라고 우리의 동화는 교훈처럼 가르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자식들에게 가르칠 수가 없다. 거북이도 진정한 승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료라면 중간에서 토끼를 깨웠어야 하고, 토끼의 축하를 받으며 결승점에 들어갔어야 한다. 야비하게, 자신이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동료가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 자기 몫만 생각한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승자독식이다. 물론 토끼는 거북이가 깨우면 옳거니 잘 됐다며 거북이를 느림보 거북이에다 순진해 빠졌다고 놀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토끼처럼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 세상은 혼탁해지고, 거북이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분열이 심화된다. 
/시인 유봉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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