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과 LH이전

전북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문제다.
전북을 찾은 관광객들은 LH이전을 촉구하는 수많은 현수막들을 보고 놀란다.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전체 주민들이 유치에 관심을 가질 정도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최근 국토해양부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전북이 분할이전을 위해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불쾨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북도와 도민들이 배수진을 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유력 정치인들로부터 경남 진주이전을 확실시하는 발언이 표출되면서부터다.
한라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경남측 관계자들에게“통합이전 토지공사가 주택공사보다 규모가 크다면 전북으로 이전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주택공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정부는 경남과 전북이 상생하는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정부가 LH공사가 이전 못하는 지역(전주)에 줄 ‘큰 떡’을 찾지 못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회의장까지 “LH 공사는 진주로 가야하고 새만금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한 만큼 전북은 새만금 개발 위주로 가야하고 정부에 이야기도 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경남편을 들었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얘기하기 곤란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며 “지역적 접근성, 업무의 효율성 등을 감안해 결정될 것으로 안다. 조기에 결론 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송광호 국토해양위 위원장도 “조급하겠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진주로 가는 것은 틀림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국회의장과 여당 주요 당직자들로부터 '진주 일괄배치 가능성 발언'이 흘러나오면서 정부의 방침을 믿어온 전북도민들의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전북도의 입장은 비장하다.
그동안 수 없이 '승자독식은 없다'. '공정사회의 원칙'을 밝힌 정부의 원칙이 크게 흔들릴 조짐이 보이면서 정부가 사실상 선정지역을 확정해놓고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많다.
"가난한 집 가장이 된 심정으로 전북경제를 살리겠다. 전라북도를 가난에서 구할 수만 있다면 도둑질 빼고는 다 하겠다"고 공언한 김완주 지사는 이같은 내용이 경남 지역 신문에 보도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LH본사 이전 문제가 전북도의 가장 큰 현안이다. 전북의 몫을 챙기고 우리 아들 딸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슬방울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는 '노적성해(露積成海)'의 힘으로, 죽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도민과 함께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지사는 " '특정지역으로 일괄배치 된다'는 설이 유포돼 200만 도민들은 불안을 넘어 분노의 수준"이라고 밝히고 분산배치 원칙을 재천명했다.
김 지사는 "우리 아들 딸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사안인데 어찌 좌시 할 수 있냐"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200만 도민과 함께 LH본사를 껴안고 죽을 지 언정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H본사유치 추진 비대위 위원과 도의회 혁신도시 추진지원 특위 정진숙 간사 등 위원 20여명도 3일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LH본사 전북 유치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회의장실과 한나라당을 방문해 전북도민의 분산배치 의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LH분산배치는 지역균형발전과 양지역이 승자독식 없이 '윈-윈'할 수 있고, 국정운영의 핵심과제인 '공정한 사회건설'에 맞는 유일한 방안이다"며 "범도민의 역량결집을 통해 LH본사 전북이전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
사실 전북은 새만금종합개발사업과 전북혁신건설 등의 사업을 수십년간의 낙후와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하기만하다.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지난해 실시한 전북도민의식 여론조사에서도 도민중 절반가량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생각이 있고 전북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도민들은 문화시설이나 혜택 부족(41.5%), 직장이나 사업(31.1%), 교육(29%), 전북의 낙후(25.7%), 경제적 문제(17.8%) 등을 이유로 10.2%가‘반드시 옮기겠다’, 36.8%가‘기회가 되면 옮기겠다’고 답하는 등 47%가 떠날 생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북의 발전 전망에 대해서도 62%가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거나 '지금보다 발전하더라도 타 시도보다 뒤떨어질 것'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국정운영의 핵심의제인 '공정한 사회에'에 맞게 LH공사 본사를 분산배치하고 혁신도시의 당초 건설 취지인 국가균형발전에 맞게 낙후된 지역에 LH공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국장 김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