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르신들이 감기에 걸리면 이불 둘러쓰고 땀을 빼야 한다고 하시는데요. 과연 맞는 말씀일까요? 한의사인 제 소견으로는 맞는 말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이 말은 감기라는 질병의 범위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우선 갑자기 열이 나고 오한(으슬으슬 추운느낌)이 나고 온몸이 아프고 머리가 아플 때는 땀을 빼는 치법을 씁니다. 위의 말씀이 맞는 경우에 해당하죠. 이는 한의학용어로 정상한이라고 하는데, 상한이라는 것은 한기에 상했다는 말이구요. 정상한이라는 것은 내장이 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기에 상했다는 말입니다. 즉, 몸이 크게 약하지 않은데, 감기에 걸려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땀을 배출시키는 약을 드시고 땀을 약간 빼줘야 감기가 낫습니다.
하지만 내장이 약한 상태에서 걸린 감기는 위의 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내장이 약한 상태에서 걸린 감기는 열이 나고 오한이 생기더라도 목이 아프다던지 코가 막힌다던지 기침을 한다던지 하는 주변증상들이 동반됩니다. 몸에 기력도 없구요. 이때는 단순히 땀을 배출시키는 약을 먹어서는 안됩니다. 이때는 약한 내장들을 살펴서 그 내장의 기능을 정상화시켜주면서 감기치료를 해야 감기가 낫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걸리는 감기는 대부분 이런 감기입니다. 왜냐면 현대인들은 대부분 과로와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내장기능이 약화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감기라는 것은 몸이 약해져야 걸리는 것입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기가 걸렸느냐 아니면 만성적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기가 걸렸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몸이 약해져서 걸린 감기는 평소 내장이 건강한 상태였기 때문에 발한법(땀을 배출시키는 치료방법)을 적극적으로 써야 감기가 낫고, 만성적으로 몸이 약해져서 걸린 감기는 평소 내장이 약한 상태이므로 적극적인 발한법은 피하고 떨어진 내장의 기능을 도와주면서 감기를 치료해야 합니다.
감기는 생각보다 복잡한 병입니다. 가장 잘 걸리는 병이지만 효과적으로 치료하기는 어려운 병이죠. 그래서 감기하나만 치료 잘해도 명의란 말이 있습니다. 감기의 치료는 땀을 빼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땀을 빼는 경우에 땀을 빼지 않거나 땀을 빼지 말아야 할 경우에 땀을 빼면 병이 더 심해지거나 다른 병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어우러져야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박현철 · 버드나무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