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분야의 전문가로서 칼럼을 쓰지만 우리 주변의 살아가는 이야기, 생활 속의 복지 이야기, 함께 나누고픈 삶에 관한 포괄적 이야기등을 주제로 써나가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복지의 현장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물론 때론 지극히 적은 사람들만이 공감하는 소수의 욕구, 정말 그들만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
고맙다, 싸가지 없는 것들 ....
번잡한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급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는데도 차들이 통 진행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맨 앞에 서서 좌회전을 시작해야할 선두 차가 웬일인지 출발하질 않는 것이다.
마음은 답답하지만 앞 차들이 클렉션도 울리지 않은 체로 기다리는데 나도 점쟎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동안을 기다리다가 결국 두 번째 차부터 맨 앞의 차를 비켜서 좌회전을 시작한다.
나도 신호가 끊길까봐 서둘러 차를 움직인다.
맨 앞차는 무슨 답답한 사정이 생겼길래 저렇게 미동도 않고 있는걸까?
궁금한 마음에 운전석을 바라보는 순간 울화가 치미는 것을 참을 수 없다.
그 운전자는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웃으면서......
이전에 지나간 운전자들에게 많은 눈총을 받았으련만 표정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참으려 해도 이 한마디가 절로 나온다.
싸가지 없는 것!
싸가지가 언론매체에 적절한 표현인가 싶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싸가지 : 싹수(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의 방언. 분명히 사전에 나와 있는 우리말 맞다.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학생이 도로를 횡단하고 있다.
그 학생의 무단 횡단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멈추고 다소 놀라고 화난 표정으로 그 학생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 학생의 걸음걸이에는 조급함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가 없다.
힐끗 나를 한번 쳐다보고 일부러 시위라도 하듯 처음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체 여유롭게 길을 건너는 그의 표정은 마치 나에게 “왜? 아저씨 기분나빠요? 내가 뭘 어쨋길래?”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이런 당당한 태도 앞에 어처구니가 없는 나는 그를 나무랄 생각조차 감히 하지 못한다.
(요즘 중년들끼리 하는 농담 가운데 “학력고사가 끝난 날은 술집에 가지마라. 시험 망친 아이들에게 화풀이 삼아 봉변당할 수 도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저 속으로만 이렇게 외친다.
“네 아버지도 운전하면서 나와 똑같은 꼴을 겪기를 바란다. 싸가지 없는 것!”
공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인간의 기본”이라고 했다.
부끄러움은 타인을 의식 할 때만 가능한 정서이다.
공자의 주장에 따른다면 내 개인적인 일을 보자고 타인들에게 불편을 주면서도 부끄럽기는 커녕 문제의식 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을 어떤 종(種)으로 분류해야 할 지 혼란스럽다.
겉은 인간과 같으되 내면은 절대 인간이 아닌 그들은 새로운 종이다.
필자는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의 저출산 대책위원을 지낸바 있다.
아무리 저출산 시대라고는 하지만 유유상종이라고 그런 싸가지 없는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렵다.
이들이 낳아서 기른 자녀들은 엄마, 아빠 모두 싸가지가 없으니 당연히 엄마, 아빠를 능가하는 울트라 수퍼 싸가지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뻔뻔한 철면피 신종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싸가지들이 한편 고맙기도 하다.
이런 울트라 수퍼 싸가지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들과 경쟁하며 살아갈 우리 자녀들은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 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고맙다, 싸가지 없는 것들!!

송원호 · 사회복지법인 명지원 은나래실버센터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