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정경심의 공소장에는 공소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프로필까지도 세세하게 기록하고, 딸 조민이 고1때부터 함께 공모해서 범행을 결심 했다고 단언까지 해 가면서 조민이 제출한 모든 입시관련 문서가 위조 되었다고 적시하고 관련한 혐의를 모두 때려 넣었다. 그 결과 무려 14개 항목의 혐의가 공소장에 들어간 것이다.

반면 동영상에 선명하게 등장하고 (본인은 좌우 가르마가 다르다고,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이제 성범죄자는 CCTV에 찍혀도 가르마만 바꾸면 범죄 행위를 부인할 수 있는 주장의 근거가 생겼다) 피해자의 분명한 진술과 증언까지 확보한 김학의는 단지 2가지 혐의의 항목으로만, 추측하건데 부실한 공소장으로 기소한 것이다.

때문에 나는 현 상황이 여론의 관심이 이렇게 높은 사건에서 법원이 대놓고 김학의를 봐 주었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애초 검찰의 부실수사와 부실기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 지난번 LSD라는 미국의 마약범들도 두려워하는 환각성과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밀반입 하려던 홍정욱씨의 딸은 불구속 기소가 되어서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구형했는데 그 이유는 집행유예가 5년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홍정욱씨의 딸은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아마 1심 5년, 2심 3년, 집행유예 5년까지 감옥가지 않을 수준으로만 정확하게 형량을 맞춰서 구형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된 것이다. 

이런 현실이 법을 수호해야 할 대한민국 검찰의 현재 모습이다. 그러니 어찌 검찰개혁을 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법원도 마찬가지다. 성접대 뇌물수수 의혹 혐의자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회의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마음도 든다. 

그렇다면 수십 번에 걸쳐 압수수색을 하고 기소한, 그 알량한 표창장 위조혐의에 대해서는 어떤 판결을 하는지 지켜보겠다. 아울러 사법권력 전체에 대한 시민통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시민적 양식의 수준에 현격히 미달하는 법률기술자들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