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에서 최고의 미녀 중 한 사람이 바로 서시(西施)다. 그 유명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주인공이다. 당시 월 나라 왕 구천이 천추의 원수인 오나라 왕 부차를 어떻게 하든 멸망시키려고 고심하던 중 미인계를 작정한다. 그리고는 서시를 훈련시켜 부차에게 접근시킨다. 어찌나 예뻤던 지 부차는 서시에 빠져 결국 멸망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경국지색(傾國之色-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의 미모)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녀는 폐병을 앓아 무척 가냘프고 창백하게 보였던 것 같다. 언제나 가슴에 손을 대고 얼굴을 찡그렸다고 한다. 그것이 더없이 곱고 매력적으로 보여 장안의 여자들도 그렇게 흉내를 내는 바람에 그것이 대유행을 했다는 것이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너도나도 모두 얼굴까지 찡그리고 다니는 바람에 요새 말로 사회적 관심사가 됐고, 급기야는 서시봉심(西施捧心)이란 고사까지 생겼다.
아무튼 서시가 참 매력적이었던 건 사실인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장자(莊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녀를 '제물론'에서 거론하며 과연 미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따지게 만든다. 즉, 서시 같은 미인들이 물가에 가면 고기는 놀라 물 속 깊이 숨어버리고, 새도 높이 도망가고, 사슴도 죽자사자 도망가니 과연 무엇이 천하의 정색(正色-미의 진짜 모습이나 기준)이냐고 반문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쨌든 그 중국 고대사회 그 시대에서는 서시같이 바삭 마른 가냘픈 형이 미인의 기준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당나라 태종 때 쯤에 오면 양귀비가 최고의 미인으로 바뀐다. 양귀비는 풍만한 육체의 소유자다. 요즘 말로 완전 글래머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패턴을 같이해 고려-조선조에 이어 얼마 전, 그러니까 정확히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비만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약간 살이 있는 둥근 계란형의 얼굴을 선호했다. 복스럽고 여유있고, 그리고 착해 보이기까지 하는 '달덩이' 같은 얼굴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달덩이 같다면 욕으로 여긴다. 과거에 박복하다고 여기던 '반쪽'같은 얼굴을 모두가 선호한다. 무리한 다이어트와 스스로를 깍아 반쪽을 지향하는 희안한 세상이 됐다. 지구촌사회와 함께 연예계, TV, 대기업, 광고 등에 의한 유행의 확대재생산 결과다. 진짜 중요한 건 내면인데도 말이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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