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 일반화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다문화 가정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다문화 가정을 만나는 것도 이젠 새삼스럽거나 이색적인 풍경이 아닌 시대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의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한 다문화복지센터나 다문화 가정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소 등 지역별 다양한 도움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숱한 갈등으로 국내 정착이 지연되는가 하면 사회생활 면에서도 많은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들을 이곳저곳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일선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으로서 다문화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정 폭력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주요 원인은 한국인 배우자의 폭력성으로 인해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부 간 배려심 부족과 문화적 우월주의에서 바라보는 타 문화 경시 등 아주 작은 사소함에서 폭력의 발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가정의 해체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적ㆍ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는 것을 실감하며 혹여 다문화 가정 내 발생하는 폭력 등 문제를 접하게 될 경우 경찰 단독으로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 보다 다문화지원 센터 등 전문가의 협력과 조언을 구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그들이 당한 마음의 상처를 헤아리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그간 국제결혼의 상업화가 살인ㆍ폭력ㆍ가출ㆍ이혼 등 다문화 가정의 파산에 일조를 했다면 이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이들에 대한 사회적ㆍ정책적 배려를 통해 인권 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향상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기 · 남원경찰서 송동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