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예수께서 온종일 바닷가에서 말씀을 전하다가 저녁이 되자 제자들에게 "저 편으로 건너 가자"고 말한 뒤 제자들과 함께 바다를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막4:35-41> 거길 보면, 제자들은 자기들끼리 재잘거리고, 예수께서는 고물 쪽에서 잠드신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광풍이 일어 배가 파산지경에 이르자 놀란 제자들이 예수를 깨어 구원해 달라고 소리친다. 예수께서 일어나시어 바람을 꾸짖고 바다더러 잠잠하라고 명한다. 모든 게 조용해지자 제자들에게 왜 무서워 하느냐, 어찌 믿음이 없느냐고 나무라신다.
이 말씀은 얼핏 보기에 단순히 예수께서 갈릴리 바다의 풍랑을 잠잠케 하신 이적의 내용으로 돼 있는 것 같지만 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엄청난 믿음의 본질과 삶의 이치가 깊게 서려 있다.
우선 '저 편으로 건너가자'고 말한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수께서 가자고 하신 '저 편'은 평안의 땅이요, 구원의 땅이다. 이 땅은 슬픔 많고 우환질고 많은, 그래서 소망없는 고난의 땅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현세다.
기독교 뿐 아니다. 불교에서도 저 편 뜻인 '피안(彼岸-저 편 기슭)'을 강조한다.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로 가고자 할 때 피안을 등장시킨다. 그들도 인생고해를 강조한다. 그들에겐 열반이 구원이다. 구원관이 기독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어쨌든 다시 본론인 성경이야기로 돌아와, 항해 애기를 해 보자. 망망대해 속에서 일엽편주의 항해, 때론 순항도 하지만 또 때론 폭풍우를 만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우리 인생여정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누군가 절대자의 보호하심이 절대 필요하다. 기독교인에겐 예수님이시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이 옆에 계신대도 그 분을 잊고 자기들끼리 세상 얘기에 몰두한다. 세상에 취해 있는 도중 예수님을 그만 잠들게 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그제사 허겁지겁 예수님을 깨운다. 예수님이 깨어있더라면 광풍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터다. 사실 예수님과 동행하면 언제나 안전한 항해가 보장된다. 갖가지 질병, 손실, 위험, 사망 등 인생의 광풍을 절대 만날 일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에 취해, 세상에 몰두해 그만 곧잘 예수님을 떠나거나 순간순간 잊는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불행의 '광풍'을 만난다. 그게 믿음의 법칙이며, 기독교 신앙인의 행동기준이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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