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을 열었다. 일정 관리를 위해서다. 다소 어지러운 일정에 바쁘게 살았음에 미소가 머문다. 예배 준비, 초과 근무, 홍보 준비, 70주년 기념 준비, 현수막 확인, 수업, 중간고사 준비, 신입생 입학설명회 등 다양하다. 교무수첩을 대신하는 것이 스마트폰 앱이다.

 

항상 지니고 다니던 교무 수첩은 형식상 메모가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이처럼 사소한 변함에도 ‘끝까지 힘을 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메모나 일정 관리를 어디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메모나 일정이 아이들과 공유하는 교육의 현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담임도 수업을 담당하지도 않는데, 가끔 상담을 요청하는 아이가 있다. 이성 문제, 가정문제, 진로문제, 성적문제와 같이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사’를 희망하는 아이가 있다. 그것도 나를 본보기로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종종 찾아온다. 

“그래. 반가운 이야기네. 선생님 같은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니, 더 반가운디. 그럼 00이는 왜, 국어교사가 되길 원하니?”

대답은 다양하다. ‘방학이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확실해서, 제자가 많아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서, 돈을 많이 벌어서, 여행을 자주 할 수 있어서’처럼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우선이다. 그 많은 대답 중에서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요!” 라는 말에는 절로 미소가 머문다.

‘포니 싸피엔스’ 시대에 ‘교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단순한 직업의 하나다. 나름 많은 혜택을 받는 선호하는 직업의 대표다. 기존 세대라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장래희망을 천직으로 알았던 ‘교사’는 이제 직업이기 전에 ‘열정’과 ‘사명’을 요구하기 어렵다.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나 학교운영자의 비리가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면 다리가 풀리는 아찔함을 경험한다.

한 학기를 시작과 끝에서 항상 말없이 아이들과 학교를 지켜내는 이름 없는 ‘교사’가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카테고리에서 교육현장도 모르는 척 앉아만 있을 수 없다. 디지털 문화에서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문화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교사’도 변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독서와 연수를 통한 교육현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학부모도 학교공동체도 행복하다”는 본질을 잊지 말자. 왜냐하면, ‘교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다음 세대를 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스승의 그림자’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현장에서 다양한 수업과 선생님을 만난다. 성격도 외모도 생각도 차이를 보이는 선생님과의 교감으로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교사를 따르게 된다. 다정한 한마디의 말이나 공감하는 노래나 행동이 다음 세대를 지켜낼 어느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역할 모형으로 자리 잡는다.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현장에는 언제나 선생님이 든든하게 서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내는 이유’가 되지 않겠는가? 끝까지 힘내자!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사·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