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따라서 H 일보가 주장한 '중도의 목소리가 설 곳이 없다'는 말은 틀린 전제다. 중도는 설 곳이라는 게 필요 없다. 한 발 떨어져서 관망하다 선택을 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선택이 싫으면 그냥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그게 전부다.

결론은 H 일보가 말한 중도는 중도가 아니다. 스스로 합리적이고 개혁적이라 착각하는 얼척없는 보수와, 진보이고 싶은데 진보가 명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얼치기 진보들, 그리고 안철수씨 같은 제3세력 정치인들에게 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거다.

내 편만 옳다는 극단의 목소리라는 말도 말이 되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는 시점에서 이미 내가 옳다고 믿기 때문에 내는 거라니까. 심지어 그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나 얼치기 진보들도 본인들이 생각하는 어중간한 사고가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미 자기 포지션을 결정한 시점에서 옳은 것은 내 편이다. 

원래 민주주의는 정의와 정의가 충돌하는 장이다. 누가 옳고 그르고가 아니라, 그냥 이쪽의 정의와 저쪽의 정의가 맞붙는 거다. 그리고 그 정의의 싸움은 다수가 결정하는 것이고. 내 편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되면 그 시점부터 그 사람은 본인이 옳다고 믿는 쪽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동 후의 책임은 본인이 오롯이 짊어지는 거다. 그게 민주주의의 싸움이다. 극단의 목소리? 설 곳이 없어? 어불성설이다.

어느 수구보수 신문사가, 민주당에 실망하면서 왜 실망한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신문사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답은 뻔하지 않나. 자유한국당의 언행에 일관성이라는 게 존재하던가? 표절 논문으로 학위 취소된 의원이 교육 상임위 자리에 앉아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을 공격하고, 아주 강렬하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아들에게 혜택을 줬다는 의혹이 있는 의원이 장관 후보자 딸의 혜택을 용납해선 안된다는 목청을 높이지 않나, 본인 아들딸에게 복지부 장관상을 안겨준 야당 지도자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받은 표창장을 공격하고 있는 게 자유한국당이다. 다 떠나서, 지난 권력의 전횡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의원들이 여전히 그대로 의원직을 꿰차고 활개 치는 정당이다.

민주당에는 '실망'을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싫다' 라는 문장에 모든 이유가 다 담겨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