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략 50명 정도 모인 꽤 점잖고 약간 무거운 모임에서 건배 제의를 받은 도내 유명 여성이 살포시 일어나더니 모두에게 잔을 들게 한 후, 분위기와는 달리 갑자기 "시발조통 !"이라고 크게 선창했다. 따라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슨 말인가 몰라 어리둥절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그 여성이 민망했던 지 웃음과 함께 "시발조통이란 시국 발전과 조국 통일을 위하여라는 뜻입니다."라고 해명하자 좌중 모두 한바탕 즐겁게 웃었다.
그 웃음으로 분위기는 일신됐고, 모두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됐다.
시발조통이라, 참 익살이 재미있다 싶어 기자는 다시한번 되뇌어봤다. 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십수년 전 JP(김종필)가 총리가 돼 전국 신문방송협회 가입사 전국 편집-보도국장 모임을 제주로 초청한 적이 있었다. 만찬 때, 건배 순서가 되자 JP가 일어나 "내가 곤드레 할 테니 여러분은 만드레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곤드레 !"를 크게 외쳤고 우리들도 "만드레 !"라며 거기에 가세했다. 그 '곤드레 만드레'가 그 날 우리들을 격의 없게 만들었고 식사 시간을 넘어 거의 밤새도록 우리는 술마시고 노래한 적이 있었다. 아직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사실 건배는 원래 우리나라 술 문화가 아니었다. 우리는 주로 대작(對酌)을 즐겼다. 건배는 중국에서 들어왔다. 그 만큼 역사가 짧다. 그러나 요즘은 회식문화에서 건배가 빠질 수 없는 주요 순서로 자리잡고 있다. 일상화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배 제의 용어도 상당히 다양해졌다.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말을 줄인 '진달래'도 그렇고,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말을 줄인 '당나귀'도 그 중 하나다. 또, 젊게 살자는 뜻에서 '나이야 가라 !'는 제의 용어도 있으며,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말을 줄인 '개나발을 위하여'라는 말도 있다. 그 외에도 여기에 일일이 적기 어려울 정도로 꽤 많은 말들이 있다. 아무튼 건배는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익살이 있고 재미가 있으면 나쁠 게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두가 힘든데 건배하면서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 작은 행복일 것이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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