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4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사회의 지배이념은 유가사상이었지요. 그 전통 유가사상은 웟보다 위계질서의 강조입니다. 나이 순, 남녀-부모자식 간의 위계질서를 철저히 따졌지요. 거기에 따른 행동강령이 있었습니다. 일테면,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 친척 어른들과 동네 윗 분들을 공경해야 한다, 말은 공송하게 해야 한다, 어른이 수저를 든 뒤에 비로소 수저를 들어야 한다는 등등의 지침들이 그것이지요.
그것들이 법은 아니었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 규범이 돼 그것을 어겼을 땐, 버릇이 없다거나 못된 놈으로 곧장 지탄이 뒤따랐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 가정과 사회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지요. 물론 당시에도 법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것 보다는 전통 유가사상에 따른 각종 도덕규범이 사회의 주요 작동원리로 작용하면서 우리사회를 안정시켰던 겁니다. 비단 우리사회 뿐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한-중-일 등 동양 3국이 거의 같은 패턴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 도덕규범 자리를 법이 온전히 대신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악 및 행동기준은 법이 됐지요. 아무리 비인간적인 언행도 위-탈법이 아니면 죄가 되거나 지탄의 대상이 되질 않아요.  어떤 행동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그야말로 오로지 법만이 판단기준이 된 세상이 됐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법이 즉효성과 강제성이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법치의 효과가 기대되어야 할 텐데 사실은 그 반대거든요. 법이 도덕보다 더 미봉책이기 때문이죠. 사실 타율적인 법은 자율적이어야 할 인간들에게 늘 한계를 안기거든요.
어쨌든 법치의 이 세상은 더 엉망으로 변해갔습니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 이익추구가 보편화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더욱 이기심에 사로잡혀 더 많은 소유를 위해 혈안이 돼 서로 미워하며 갈수록 포악해졌지요. 그리하여 가족해체, 공동체 붕괴조짐, 강력범죄 급증 등으로 우리 모두 불안에 떨고 있죠. 물론 세계적 광풍인 포스트모더니즘 탓이지만, 어쨌든 우리의 종착역이 과연 어딘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죠. 뭔가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공자에서 찾으면 너무 시대착오일까요? 급부상하는 중국이 21세기 들어 다시 공자를 들고 나오는 까닭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