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까시 나무를 사랑한다. 아까시나무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흰꽃이 만발한 지난 열흘 전부터는 특히나 그렇다. 아까시 나무에 흰꽃들이 풍성히 매달려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 가난한 마음조차도 푸짐해진다.
아까시는 흰꽃에서 짙은 향기가 나는 교목이다. 봄이면 고운 향내가 나는 꽃나무들이 차례를 기다려 개화하고 있지만 나는 아까시 만큼 진한 향기를 내뿜는 나무를 알지 못한다. 미선나무의 흰꽃도, 때죽나무의 흰꽃도, 이팝나무의 흰꽃도 향기가 그윽하지만 아까시 나무만큼 진한 것은 아니다. 치자나무도 향기를 진하게 음미하려면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 꽃나무에 따라서는 매화처럼 가지를 붙잡고서 코끝에 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정향나무와 라일락나무와 오동나무도 향기에 대한 예찬이 옛부터 대단했지만 아까시 만큼 향기의 힘이 센 것은 아니다. 아까시 꽃나무는 향기의 파급력이 엄청나게 크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향내를 진하게 맡을 수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던 어느 날, 나는 십리 밖에서도 아까시 꽃 향내를 알아차렸던 적이 있다.
아까시 나무는 기름진 토양에서 잘 자란다. 그렇다고 해서 척박한 토양에서 아까시 나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산야 어디에서나 군락지를 볼 수가 있음은 다행스럽다. 아까시 나무는 고마운 나무임에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세상에는 아까시 나무를 미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그 같은 증오는 아까시 나무의 은혜를 모르고서 갖게 된 정서이다. 오늘날 산마다 숲이 빽빽한 것은 아까시 나무의 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까시 나무들은 녹비나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간벌을 할라치면 아까시 나무가 우선순위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큰 나무든 어린 나무든 동정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몸통 여기저기 내밀고 있는 가시 때문이지 싶다.
아까시가 많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고 해도 은혜로운 나무임은 분명하다. 아까시 나무의 흰꽃들은 많은 꿀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꿀들은 향기가 있다. 나는 예전에 어떤 양봉가로부터 모든 꿀 중에 아까시 꿀이 최고라는 말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꿀이 좋다지만 밤나무 꽃에서 채취한 꿀은 먹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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