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한국사회는 이제야 '시민민주주의'의 구체화를 말할 수 있는 단계에 놓여 있다. 그것도 식민지, 분단, 독재의 유산과 신자유주의적 야만의 충격도 함께 넘어서야 하는 매우 어려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시민민주주의 사회는 시민사회의 민주주의적 이상과 자본주의경제체제의 이익추구의 욕망이 뒤섞인 사회다. 우리 사회가 바로 그렇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체로 위선에 가깝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급진 개혁 정부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시민민주주의'만이라도 정착시키기 위해 쩔쩔매는 온건부르주아 정부라는 사실도 더불어 인정해야 한다. 그 구성원에게 그 이상을 요구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한국사회 구성원 전체가 딱 그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도 '시민민주주의'의 정착조차 엄청난 위협으로 느끼고 그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버젓이 언어도단으로 백주대낮을 활보하는 그런 세상이다. 그가 누구든 한국사회가 당면한 오늘의 곤경을 돌파하려는 의지기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그럴 힘과 자격을 주어야 한다. 조국 후보에게 지나친 ‘이상’을 투사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현실’을 패배적으로 수용하지도 말아야 한다. 조국 후보에게 그 모순 속에서 최선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이 아마도 우리가 할 일일 것이다. 그것은 ‘조국’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하고자 하는 개혁, 그를 통해 우리가 해야 하는 개혁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전격 압수수색했다는 건 역설적으로 현 정부의 검찰은 정치적 독립이 완전히 보장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이 정치선진국이란 의미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다만 없는 것을 과장해서 무리하게 수사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독립을 넘어 정치적 개입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냐 개입이냐는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윤석렬호를 믿는다. 또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조국 후보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은 간과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