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찮다. 그 중에서도 일부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책임론이다. 그러나 지금은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전북도나 정치권의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책임이 엄중하고 막중하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의 책임론 대두는 오히려 적전분열로 인한 추동력 약화 내지는 상실로까지 이어질 뿐이라는 점에서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기만과 절차무시로 일관하면서 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명분 마저 저버린 중앙정부의 아주 몹쓸 태도에서 비롯됐다. 거기에 전북도는 전략부재 속에 그냥 놀아나는 바람에 순진하고 무능했다는 평가를 자초했다. 정치권은 애시당초 성심이 부족한 채 시늉만 내면서 뒷북만 쳤다. 그래서 일찌감치 결과를 예견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바로 이런 점들이 책임론이 대두되는 까닭이다. 또 이에 가세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 비록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중앙정부와의 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도민의 결집된 힘'이다. 
지금 전북은 일괄이전의 무효서명에 돌입했으며,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과 창와대 항의 농성, 그리고 혁신도시 마저 반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두 번 병신될 수 없다는 각오를 모두가 다지고 있으며, 사실 이번에 전북의 모든 것을 걸 만큼 투쟁의 강도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그런데 나중에 해도 될 책임묻기를 굳이 이번에 강행하겠다는 것은 곧장 적전분열을 일으키는 자멸행위나 진배없음을 알아야 한다. 김완주 지사도 그 점을 걱정, 훗날 이를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금 도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진두지휘의 김지사에게 최대한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책임은 전쟁이 끝난 뒤 그 때 물어도 늦지 않다. 한창 전쟁 중에 수뇌부에 책임을 묻는 건 이적행위이며, 졸책 중 졸책이다. 그런 일은 삼가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결집된 힘으로 승리를 위해 총 매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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