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이팝나무의 흰꽃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늘이 파랗고 맑은 날, 이팝나무의 흰꽃은 더욱 희게 보인다. 작은 이팝나무도 큰 이팝나무도 생의 기쁨을 구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햇빛이 태양에서 떠나 긴 여행을 하는 것은 이팝나무의 순결한 흰꽃에 키스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햇빛이 이팝나무 흰 꽃 위에서 눈부시게 부서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팝나무는 봄이 절정에 달할 때면 어디서나 볼 수가 있다. 산에서도 볼 수가 있고 언덕에서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공원에서도 볼 수가 있고 도로에서도 볼 수가 있다. 이팝나무의 흰꽃이 탐스럽고 복스럽기에 즐겨 식재를 하는 까닭이다. 이팝나무는 꽃만 예쁜 게 아니다. 다른 나무들의 흰꽃이 대개 그러하듯 향기 또한 일품이다. 사람 누구에게나 친구인 이팝나무는 용담목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이다. 
이팝나무는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이웃했음이 분명하다. 옛적부터 조상들은 꽃피는 모양을 보고서 그해 벼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짐작했다. 나무의 이름과 관련해 전해오는 유래도 그럴법하다. 입하 무렵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팝나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고 꽃송이가 쌀밥같다고 해서 이팝나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 쌀밥을 이밥이라고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였을까. 북한사람들은 모내기철이면 멀리 흰 꽃을 보고서 쌀가루를 연상했다고도 하는데 그것은 공감할 만한 정서이다.
전주시내 곳곳의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꽃 피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러나 그 신문기사 때문이 아니라도 이팝나무에게 눈을 주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전주시내는 지금 어디나 이팝나무들의 흰꽃이 장관이다. 도로변의 어린 가로수들도 그렇지만 다가공원과 곤지산 초록바우에 있는 이팝나무들은 더욱 장관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팝나무는 그 높이가 약 20m라고 한다. 온전히 자란 성인나무라야 그럴 것이다. 그런데 곤지산 초록바우 벼랑에 있는 나무들은 덩치도 크고 수관도 크다. 그 나무들을 먼 옛날 누가 일부러 심었을 것 같지는 않다. 벼랑이 너무 가파른 까닭이다. 따라서 자생하였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터이다. 천연기념물로 하자는 움직임이 지난 날 있었는데 어째 요즘은 잠잠하다. 곤지산 초록바우의 이팝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더욱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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