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는 헬라어로 ‘나그네’를 뜻한다. 나그네란 어떤 도시나 지방에 잠시 머물기는 하나 그곳을 영구적인 거주지로 생각하지 않는 일시적인 체류자란 말한다.
이 디아스포라는 신약성경 베드로전서 서문에 나온다. 객지에 흩어진 디아스포라(나그네)에게 편지를 쓴다는, 즉 베드로전서의 수신인로서 등장한다.
이것이 계기가 돼 ‘믿는 자’들은 자신들을 영적으로 디아스포라라고 지칭한다. 본향 천국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의 삶을 일시적인 타향살이로 여긴다.
그러나 믿는 자 상당수는 천국에 소망을 두기 보다는 현세의 복을 더 갈구한다. 더 큰 집. 더 좋은 승용차, 더 값진 의상, 더 감미로운 음식 등,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재물 등에 집착하고 연연한다. 천국에 소망을 두어야 하며 현세는 아침이슬 같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무색할 정도다.
불교의 가르침도 예외가 아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모든 게 무상(無相)이니 집착을 버리라고 한다. 환영이지만 환영을 깨닫지 못하고 목전의 현실만이 진실인 양 거기에 집착하면서 계속 악업을 짓는 중생의 어리석음이 처처에 널려있다.
그런가 하면 노자(老子)도 삶을 살면서 손님(客) 처럼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 노자도덕경 15장에 겨울에 살얼음 냇가를 건느듯 머뭇거리고 두려워 사방을 살피는 것 같이 머뭇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살 것을 권면한다. 이 천지자연에 대해 너무 설치지 말고 나그네답게 왔다가 나그네 답게, 즉 조심스럽게 살다 가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실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너무 거침없이 제멋대로 산다.
역경 역시 여(旅)괘에서 여정길(旅貞吉)이라 하여 나그네로서 여행을 할 때에는 바른 자세를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그 초효(初爻)에 “여행길에 자질구레한 이익을 추구하는데, 이는 재난을 불러들이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이익추구에 혈안이 돼 있는지 모를 정도다.
아무튼 인생은 나그네 길. 어떻게 살아야 할 지는 각자가 살필 일이다. 다행히 지금은 사색하기 좋은 가을이다. 내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으며 현재 내 위치는 어디인가를 차분히 생각해 보면 어떨까싶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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