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물떼새는 귀한 새이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지정된 때가 1982년 11월 4일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자기들이 천연기념물인지 모르고 있을지라도 사람들은 알고 있어야 한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천연기념물 번호가 제326호이다. 그러나 그것에 관심을 둔 사람은 이 사회에 별로 없다. 시험문제로 낼 학교선생님도 없고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볼 때 그것을 물어보는 회사도 없다. 그러니까 정확히 제 몇 호인지는 몰라도 된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실만큼은 알고 있어야 한다. 검은 머리물떼새는 천연기념물이니까 보호의 대상이라는 거 말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도요목에 속하는 새이다. 몸길이는 약 45cm이고 날개길이는 약 25cm 이다. 색깔은 이름 그대로 머리 부분이 검은 색인데 목 부위와 등 부위와 날개깃의 윗부분도 검은 색이다. 그러나 가슴 부위와 배와 다리의 윗부분과 날개깃의 아래쪽은 하얀 색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도요새 종류답게 다리가 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다리와 부리가 진분홍색이다. 부리도 다리 못지않게 길지만 두껍지 않고 앞에서 보면 얇은 집게 나이프 모양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해안의 간석지나 하구에 살면서 조개나 갯지렁이나 물고기나 게 따위를 먹고 산다. 한국에서는 시베리아 동북부의 캄차카 반도나 사할린 섬에서 날아와 겨울을 난다. 그리고 따스한 봄인 4월 중순부터 5월 사이에 알을 낳는다. 한 배에 3개 정도의 알을 낳아서 약 3 주일 정도 알을 품는다.
검은머리물떼새와 관련해서 엊그제 귀한 뉴스가 있었다. 군산시 소룡동의 자유무역지역 내 모래밭에서 둥지를 튼 검은머리물떼새를 발견하고서 대우엔지니어링 회사 측이 큰 희생을 감수하기로 했다. 네 개의 알들이 부화해서 보금자리를 떠나게 될 때까지 공사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게 6월 말까지라니 무려 45여 일이나 된다. 천연기념물로 인해서 공사가 중단됐다는 것은 전에 없던 드문 일이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미담에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 인다. 아직 이 세상에는 마음씨 착한 이들이 많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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