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깊은 자락, 소박한 산골인심과 아늑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달궁마을 주변이 요즘 세속의 탐욕에 물들어 '요지경' 속으로 변해버렸다.
달궁마을 주변 '산책로 불법 개발'에 이어 이번엔 계곡까지 무단 훼손됐다. 아무리 상술이 가미된 욕심이라지만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것도 쉬쉬해가며 상인들 대다수가 동참했다고 한다.
이런 배경 뒤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불법을 저질러도 발각되면 일정액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 탓이다. 또 휴가철 벌어들이는 수익이 벌금보다 크다면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는 탐욕도 가미된 듯 하다.
비단 이번일을 가지고 주민들만을 사법처리 대상에 올릴일이 아니다. 이를 방조하고 묵인했던 국립공원 관리자들 탓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법권을 가진 그들이 싹부터 바로잡지 못했기에 이지경에까지 으리게 된 셈이다.
추후 상부기관에서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일 계획이라 한다. 이번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공사 구분없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할것이다.
지난 16일 보충취재 과정에서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계곡 주변서 장사를 하던 한 상인이 언론에 고자질을 했다는 누명에 시달린다는 후문이다.
조용하던 동네를 발칵 뒤집히게 만든 '진범(?)'을 색출하자는 뉘앙스다. 심지어 추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도마위에 올려진 상인끼리 합심해 '왕따' 시킬 작정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자.
진범(?)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그는 제보자가 아니다. 이쯤에서 분명히 해야 기자 맘이 편하겠다. 본지에 제보한 사람은 달궁 상인이 아니라 동네 마을주민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두고 싶다.
갖은 불법을 보다 못한 한 주민이 불법을 바로잡고 옛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달궁마을을 보고 싶어 그랬단다.
잘려나가고 파헤쳐진 흉물스런 동네가 아닌 '소싯적 향수가 묻어나는 옛 시절 그런 동네가 너무나 그리웠다'고.

/남원=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