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법 살인(Unlawful Killing)'이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64회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13일(현지시간) 최초 공개됐다.
1997년 8월30일 프랑스 파리의 알마 터널 안에서 발생한 다이애나 스펜서(1961~1997) 전 영국 왕세자비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1996년 찰스(63) 왕세자와 이혼한 다이애나는 이듬해 여름휴가를 도디 파예드(1955~1997·이집트)와 지중해에서 보냈다. 영화 '불의 전차'(1981), 'FX'(1986), '주홍글씨'(1995) 등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로 영국 런던의 고급백화점 해럿의 오너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79)의 장남이다.
휴가를 마친 다이애나는 프랑스 파리로 갔다. 파리에는 파예드의 아파트가 있었다. 파예드는 그곳에서 다이애나에게 청혼할 예정이었고, 다이애나도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파예드 부친이 소유한 파리 리츠칼튼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이 제공한 벤츠 승용차를 타고 아파트를 향해 출발했다.
파파라치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붙었다. 카메라 세례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는 과속했고, 알마 터널에 들어선 뒤 중심을 잃고 기둥으로 돌진했다. 파예드와 운전사 앙리 폴은 즉사했다. 다이애나는 치명상을 입었으나 정신을 잃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파파라치들이 달려와 뒷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녀를 구하지 않았다. 숨을 거둬가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급급했다. 그렇게 다이애나는 36세로 생을 마쳤다.
사건 직후 사고 원인을 두고 갖가지 추측과 설이 난무했다. 그러나 1997년 프랑스 법원은 운전사 폴의 음주와 과속으로 인한 사고로 결론지었다.
영국의 배우 겸 감독 키스 앨런(58)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의 판단은 다르다. 왕실을 위시한 영국의 각 기관이 조직적으로 다이애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배후와 진실을 숨겨왔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다이애나가 1995년 친구에게 "남편이 내 차에 사고를 계획하고 있다"고 폭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또 사고 직전 목격자들이 알마 터널 안에서 본 흰색 피아트 차 안에는 누가 있었는지, 폴은 정말 만취했던 것인지 아니면 누가 혈액 샘플을 바꿔치기 한 것은 아닌지, 구급차가 도착하는 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동안 영국에서는 한 번도 보여진 적이 없는 사고 발생 직후 다이애너의 파파라치 사진까지 소개했다.
앨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국의 모든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를 접촉했으나 제작비를 지원받지 못했다. 영화 중 87군데를 삭제하라는 압력도 받았다고 한다.
제작비 400만 달러는 모하마드 알 파예드가 지원했다. 그는 다이애나가 이슬람교도인 자신의 아들과 재혼할 것을 걱정한 영국 왕실의 명령을 받은 정보기관이 교통사고를 가장해 두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앨런 감독은 "자동차 사고가 나기까지의 음모가 아닌, 이후 진실을 감추려는 음모를 통해 사고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이라며 "인기를 끌려고 선정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이애나의 두 아들인 윌리엄(29) 왕자와 해리(27) 왕자는 이 영화에 대한 언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