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의원도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며 아베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대부분의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자존심이 아니라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문장만 보면 딱히 반박하기 어렵다. 외교는 분명 그런 면이 있긴 하다. 

문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대일 외교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강경외교이고 어떤 부분이 잘못된 것인가. 

위안부 문제? 초계기 사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미쓰비시 보상 대법원 판정? 이건 심지어 정부가 한 일도 아니고 대법원의 판결이다.

현재 초강경외교를 하는 쪽은 아베다. 우리는 단지 그런 협박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뿐이다. 아베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기어가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아베를 만나라고 조언한다. 이 말도 우리가 아베를 안 만나려고 한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아베가 온갖 핑계를 대며 문재인 대통령을 안 만나려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끊임없이 한일관계를 정상적으로 이어가길 희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를 만나라고 조언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아베의 요구를 들어주란 뜻인가.  아베의 희망하는 한일관계는 무엇인가.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해 다시는 아무말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후쿠시마 수산물도 수입하고 앞으로 일본말을 잘 듣겠다고 고개라도 숙이라는 뜻인가?

이것이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실리외교인가?

이건 실리외교가 아니라 굴욕외교이자 주권국가임을 포기하자는 뜻이다. 딱 백여년전 친일민족반역자들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정부당국이 감정에 휩싸이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은 백프로 동의한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다. 현실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건 아베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누가봐도 양국 모두에 손해인 일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아베의 무역도발에 어떤 맞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고 오직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보다 냉정할 수 있는가?

냉정하게 행동하라는 충고는 바로 아베에게 해야할 말이다. 그럼에도 정작 문제의 근원인 아베에겐 아무말 안하면서 우리에게 그런 충고를 하는 건 냉정하다 못해 뇌가 얼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적어도 국가간 문제에서만이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