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원고마감을 끝내고 배낭과 노트북만 챙기고 훌쩍 치앙마이로 왔다. 이곳의 기후가 한국보다 낫다. 덜 습해 끈적임이 덜하다. 

새벽녘, 종다리로 추정되는 새소리가 짝을 이뤄 지지배배 하모니를 이룬다. 무심히 창문을 열었더니 새는 오간데 없고 신 새벽 태양의 그늘에 비치는 바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움직인다. 

문득 혼자 있을 때가 외롭지 않다. 오히려 사람 사이에 있을 때 외롭다는 생각이 스친다. 바람이 멈췄다. 

동일한 언어와 문화적 연대감이 가지는 편리함 보다는 상대에게 평가 받기 쉬운 인간적 긴장감으로 관계를 가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그래서 치앙마이를 찾았다.

어제 우연찮게 한국인 일행을 만났다. 역시 한국을 벗어나 어딜 가던지 한국인과 마주치치 않는 이국땅은 없었다. 

치앙마이 님만해민 대로변에서 6로드로 백여미터 들어가면 ‘누안 베이커리’라는 빵집 겸 커피전문점이 있다. 손님들이 많지 않고 호젓한 느낌이라 노트북을 챙겨 그 곳을 찾았다. 우연찮게 앞자리에 한국인 일행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를 등지고 앉아 있는 사십대 중후반의 중년사내는 모 증권사 간부인 듯 우리 증권사는 운운하며 와이프와 딸들로 보여 지는 가족에게 가장의 권위를 폼 내고 있었다. 급기야 훈계 비슷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일본은 경제가 너무 좋아 청년 일자리가 넘쳐난다고 얘기하는데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아예 어이가 없다.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둥 과거사에 집착하는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둥 아예 아베 정권을 옹호하는 듯 했다.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