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묵인 내지 방조에 의해 저질러진 부산저축은행 관련 불탈법을 보면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세한 것은 수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그 연결고리가 모두 '부정한 돈'이란 점이다.
개인이건 공직자건 살다 보면 사소한 선물을 주고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받을 게 있고 절대로 받아서는 안될 것이 있다.
성경 창세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믿음의 조상이 된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가 죽자, 헷 족속에게 매장지를 팔라고 한다. 당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아브라함에게 헷 족속은 묘실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을 택하여 장사 지내라고 화답한다.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을 택했고 굳이 대가를 지불코자 한다. 그러나 그 소유주는 “우리 사이에 어찌 교계(較計)하리이까”라며 그냥 가져가 줄 것을 권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들이며 이런 사회가 되어야겠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사는 사회가 어디 그런가. 아무튼 아브라함은 굳이 분명하게 은 사백 세겔로 대가를 치룬다. 그 막벨라 굴은 아브라함가(家)의 분명한 소유로 훗날 아브라함도 거기에 묻히게 되며, 그 아들 이삭 내외, 손자 야곱인 이스라엘 내외의 합장지로서 구실하면서 정체성을 안겨준다.
그런가 하면, 역시 성경 열왕기하에 선지자 엘리아가 문둥병에 걸린 아람왕의 군대장관 나아만을 고쳐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나 고마움을 느낀 나아만은 은 십 달란트, 금 육천 개, 의복 열 벌 등의 재물로 사례코자 했으나 엘리아는 한사코 거절한다. 이방인인 나아만이 여호와를 섬기기로 작정한 것 자체로 만족한다. 그런데 엘리아의 수하에 있는 게하시가 순간적인 물욕으로 엘리아 몰래 나아만을 뒤쫒아가 엘리아 이름을 팔며 은 한 달란트와 옷 두벌을 요구해 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숨겨뒀다가 엘리아의 추궁으로 발각된다. 결국 게하시는 그 죄값으로 나아만이 앓았던 문둥병에 걸리고 만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실 이런 류의 가르침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다산도 목민심서 율기 육조편에, 「화뢰지행 수불비밀 중야소행 조이창의(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뇌물수수를 누가 비밀리에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밤중에 행한 것도 아침이면 드러나는 것임을」를 적고 있고, 중용에도, 「막현호은 막현호미 고 군자 신기독야(莫見乎隱 莫顯乎微 故 君子 愼其獨也)」―숨은 것 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고 미세한 것 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 고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그 행동을 더욱 삼간다」라고 했다. 이 땅의 공직자들이 꼭 되새겼으면 한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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