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선물이고 죽음은 선택이다.’ 이 명제는 교과서적이다. 그러나 이 명제에 대한 공감대는 시간을 두고서 측량해볼 문제이다. 단순하되 명쾌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 명제에 수긍하기 위해서는 묵상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각자 삶이 다르기에 사람마다 따로 자기 인생의 거울에다 이 명제를 비추어보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 온전히 행복한 사람은 값 비싼 보석인 루비보다도 희귀하다. 이 명제가 일그러짐이 없이 온전히 비쳐지는, 그런 거울을 내면에 가진 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삶이 선물이라지만 어떤 이들은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출생하는 순간부터 고난의 연속인 경우가 있는 까닭이다. 눈이 안 보이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선천적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 말이다. 어떤 이는 정신에 문제가 있고, 어떤 이는 신체의 어디가 불구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어려서부터 불행의 파도에 휩쓸리기도 한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엄마 아빠를 잃거나, 사고로 침상에 눕거나 휠체어에 앉아야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평생토록 즐거움을 모른 채 고통만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삶을 선물로 보아야 한다. 삶을 선물로 여기지 않는 인생은 비극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불행을 견디고 이겨야 한다.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물론 더 바람직하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웰-빙에 대한 많은 지식과 정보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지식과 정보대로 살기를 시도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빈 가슴을 어쩌지 못한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선택이라고 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죽음은 필연이다. 죽음을 거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굴복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웰-빙 못지않게 웰 -다잉이 중요하다 말하고 있는데 천번 만번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현재 태부족이다.
요즘 궂은 뉴스를 접하면서 내 불행의 무게가 아직은 비교급의 대상임을 느꼈다. 지난 어버이날에 어느 노부부가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가리켜 선택이라고 한 것은 자살을 말한 것이 아닌데 가슴이 먹먹했다. 어떤 백수 술꾼 아들은 노모를 때려죽였고, 어떤 앙칼진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죽였다. 아아, 인생이 정녕 이렇게 끝장나야만 하는가. 웰-다잉은 이제 국가와 사회의 책임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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